2009년 11월 08일
바스터즈
영광스럽지 못한 사생아들 보고 왔습니다. 제 식으로 말하자면 '라이언이 나치 머릿가죽 벗기는 영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누군가가 BJ노박을 하도 좋아해서 -.-;;)
영화 재밌더군요. 일단 화면이 예뻐서 좋았습니다. 그라인드 하우스 시리즈의 짝퉁 Z급 영상에 하도 당해서(뭐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았지만 이제 지겨워요;) 호사스러운 시대물(인지 뭔지)을 보고 나니 어찌나 눈이 뻐근하던지.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갔던지라-믿거나 말거나 브래드 피트 나오는 줄도 몰랐습니다-처음부터 끝까지 '뭐야 이거 이런 영화였어!?'하다가 나왔는데 쇼사나가 맨발로 초원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장면이나, 쇼사나가 베레를 쓰고 카페에 앉아 담배 피우는 장면이나, 쇼사나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심지어 모자에서 베일을 내리는 장면까지 기나길게 보여줄 때는 정말 턱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뭐 그냥 페티쉬영화더군요-0-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는 '금발의 유대인'에게 a thing이 있나봐요. 어렸을 때 읽은 '뺏은 집'의 영향인가... 아무튼 멜라니 로랑 너무 예뻤습니다. 클라이막스의 극장씬에서는 거의 카펜터스 담뱃자국에 버금가는 전율이...



스포일러 : 마지막에 알도가 란다에게 가하는 린치는 좀 안티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합니다. 글루미 썬데이에서도 그랬지만 그게 응징이 되나요? 글루미 썬데이의 이름 까먹은 나치 장교는 백발의 노인이 될 때까지 부와 명예를 누리다가 (비교적) 깔끔하게 죽었죠. 란다는? 그 결말대로라면 그냥 이마에 흉터만 남긴 채 영웅이 되어 낸터킷에서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것 아닌가요? 게다가 40년대라고 해도 그 정도는 성형수술로 어떻게 될 텐데요. 흉터를 말끔히 없앨 수는 없어도 적어도 무엇을 새겼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는요. 그런 장면이 중간에 나왔으면 모를까 마지막 장면이 그러니까 영 개운치가 않잖아요.

어쨌거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스 란다의 슈트루델 아니겠습니까ㄱ- 슈트루델... 맛있는 거겠죠? 자꾸 클로즈업한다고 옆에서 칭구가 버럭 화내더군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모 파티세리에게 수듑게 얘기를 꺼내봤더니 '구워본 적 없지만 그렇게까지 안 얇아도 된다면 한번 구워 보겠다'는 고무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슈트루델은 중세 고지 독일어로 '소용돌이'라는 뜻이라고.

아무도 관심 없을 듯한 마니악한 트리비아 하나. 일라이 로쓰가 연기한 캐릭터 도니 도노위츠 상사는 타란티노-버스(라는 말을 쓰고 있더군요-.-;)의 인물로, 트루 로맨스의 솔 루비넥 캐릭터인 리 도노위츠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리 도노위츠는 그 영화 속에서 '시체 주머니 속에 든 채로 귀향'이라는 월남전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인데 바스터즈에 나오는 나치 홍보 영화 '국가의 영광'을 감독한 건 일라이 로쓰입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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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나단 | 2009/11/08 16:35 | 매체 잡담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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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11/08 17:16
슈트루델...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OTL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09 06:35
혹시라도 어디서 얻어먹게 되면 배터지게 자랑하겠습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9/11/08 18:30
크림, 크림을 얹어야 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09 06:36
네 꼭 얹어야겠죠 =_= 이찌안케따 한스라다
Commented by GHOSTCAT at 2009/11/08 20:03
어쩜 저렇게 맛있게 먹을까요?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09 06:36
흐흑 한스라다 너무 싫어요 (너무 좋아요)
Commented by 막투 at 2009/11/09 00:16
우웅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어쨌거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스 란다의 슈트루델

인 줄 알았다. 저길 긁어보기 전까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 -ㅂ-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09 06:36
횽 ;ㅂ;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지나갔을까. 조금 고쳐놨따 ;ㅂ;
Commented by orientblau at 2009/11/09 20:51
이태원의 세프마일리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저 슈트루델을 팔았던거 같아요. 그것이 그것인지는 휘발성 메모리의 뇌를 가져서 이름이 정확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저렇게 생긴 사과조림이 든것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13 13:27
오 한국에서도 만드는 곳이 있군요.
Commented by orientblau at 2009/11/13 21:08
오스트리아인 아저씨가 하는 곳이라 맛은 게르만의 맛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_-;
햄도 맛있어요. 가격은 좀 쎈편이라 가서 맥주 한잔에 햄 모듬 세트 시켜서 간단히 먹고 햄은 포장해와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는 하는데 나쁘지 않아요
Commented by 오리지날U at 2009/11/13 09:19
저는 무엇보다도 엔딩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돋보이던데 말이죠.. 거의 영화의 전부라 할 정도로..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13 13:16
음 네 뭐;
Commented by 시난 at 2009/11/15 22:06
멜라니 로랑의, 멜라니 로랑에 의한, 슈트루델을 위한... 어?
저도 마지막 장면은 좀 억울했어요. 그가 마지막에 봤어야 하는 얼굴은 역시 그녀의 얼굴이었어야 하는데! (어... 뭔가 암호같네요..;;)
그치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또... 다른 주인공들처럼 총성 몇방에 끝났으면 너무 허무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나름 여운이 남았달까 ㅎㅎ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1/16 00:59
멜라니 로랑의, 멜라니 로랑에 의한, 슈트루델을 위한... <- 이 구호 멋있군요!
저는 화끈한 복수극이거나 아예 블랙코메디거나 둘 중 하나를 바랐기 때문에 그 마지막 장면이 불만스러웠지만 바스터즈 멤버들이 얼마나 못난놈들인지를 생각하면 그 마지막 장면도 설득력은 있습니다;;
Commented by 시난 at 2009/11/16 01:37
설득력이 있다는 표현이 참 와닿네요. 말씀하신대로 훌륭한 복수극의 첫째 덕목;인 개운함은 좀 모자랐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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