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7일
(41) 샤넬 - 코코 Coco by Chanel
가을이 와서 지난 여름에 비나횽에게 받은 코코를 꺼냈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잘 어울리네요.

몇 년 째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80년대 유행. 그 중에서도 코폴라의 아웃사이더나 마돈나의 애타게 수잔을 찾아서 같은 영화로 대표되는 이미지의 청소년들의 패션, 스트리트 패션은 워낙 노골적이라서 인지가 쉽지만 소위 하이패션은 원래 보수적인 습성 때문인지 비교적 큰 변화가 적어서 리메이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인 80년대 전문직(...이라고 해두죠-.-;) 여피들의 패션은 다른 80년대 복고 영화들에 비해 폭발적으로 웃기지 않습니다(하는 짓은 더 가관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은 아니라 최근 80년대 하이패션의 리메이크가 광고등에 종종 보이던데 극도로 세련됨과 키치한 복고풍 사이의 이 '한 끝 차이'가 주는 미묘함에 보고 있으면 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티 털링턴의 이브 생 로랑 광고와...

모니카 벨루치의 디오르 뷰티 광고.

아무튼 80년대의 고급 패션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향수로는 이브 생 로랑의 오피움과 그 영향을 받은 수많은 향수들 중 하나인 샤넬의 코코가 있습니다. 조향사는 자크 폴쥬. 피라미드는

탑노트 : 안젤리카, 만다린, 코리앤더, 프랑지파니, 복숭아
미들노트 : 카스카릴라, 오렌지꽃, 미모사, 클로브, 불가리 장미, 재스민
베이스노트 : 라다넘, 샌달, 바닐라, 시벳, 앙브렛 시드, 오포파낙스, 벤조인, 통카

역시나 묵직하고 진한 오리엔탈의 소위 '엄마 향수' 냄새지만 오피움 정도의 머리 아픈 무게감은 아닙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탑노트의 프루티 플로랄은 오히려 상큼하게 느껴지는군요. 스파이시하지만 조금만 뿌리면 아주 부드러워요. 그리고 뒤로 갈수록 따뜻하고 약간은 느끼한 동물성의 잔향이 남아 몸을 따끈따끈하게 데워줍니다. 저한테는 코코의 오 드 파르팡은 맑은 호박색의 쥬스를 가진 향수에서 으레 나야할 것 같은 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어쩐지 곧 지루해져서 몸에 계속 뿌리고 있고 싶은 향은 아닙니다. 오피움, 코코, 유쓰 듀... 이런 향은 남이 뿌린 걸 지나가다가 맡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코코에게는 발랑 까진 핑크색 여동생 코코 마드므와젤이 있는데 언니랑은 별로 닮지 않았죠.

그런데 말이죠, 이상한 말이지만 비나횽이 준 오래 된 코코 오 드 파르팡은 제가 시향해 본 어떤 코코보다 더 좋단 말이에요. 향수라는 게 비공식적으로 언제나 포뮬라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들 하니까 우연찮게도 제 취향에 딱 맞는 시기의 코코가 걸렸던 걸까요? 아니면 세월을 거쳐 딱 맛있게 숙성(...)되기라도 한 걸까요? 제걸 조금 덜어놓고 다른 친구에게 줬는데 안되겠어요, 도로 뺏아와야지.

92년에 바네사 빠라디가 찍은 코코 광고. 꼭 보세요. 너무 예뻐요.



메이킹 영상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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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나단 | 2009/10/27 21:19 | 향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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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hisa at 2009/10/27 21:33
코코 샤넬 전기(작가정신에서 나온 책) 재미있더만요. No.5는 출시되었을 때 바로 진열장에 내놓지 않고 일단 단골 손님들 손에 은밀히 쥐어줬다고 하네요.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0/30 06:43
자신이 없었던 걸까요 그 반대였던 걸까요... 음 나도 코코 여사가 직접 쥐어준 샤넬 파이브 갖고 싶당
Commented by whisa at 2009/10/30 15:59
물론 반대였죵. 향수 수익이 엄청나서 소송도 걸리고 일을 쉴때도 그거 덕분에 무리없이 생활했다고...
Commented by yassi at 2009/10/28 04:19
광고가 정말 굉장하네요!! 아름다운 새와 천둥소리라니 살떨리게 멋져요!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0/30 06:44
그쵸 멋있죠 ㅜ.ㅠㅠㅠ 오랜만에 보니 어찌 가슴 설레는지...
Commented by 한양댁 at 2009/10/28 10:42
대학교 때 화일이 헤지는 바람에 적당한 사진 골라 잡지에서 떼어서는 붙여다녔는데(마침 그 때 그런 게 유행하기도 해서 면피가 됐지요.) 그게 바네사 파라디 사진이었거든요. 그런데 평소에 안면만 조금 있고 대화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남자애가 무진장 부끄러워 하면서 그 화일 말고 새 거 사줄테니 사진 붙어있는 채로 자기 달라고 해서 냉큼 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여자친구가 얼마나 원망을 하던지 말입니다.(남자애 자취방에 갔더니 그 화일이 책상 위에 모셔져 있더라나 뭐라나요.)
Commented by 조나단 at 2009/10/30 06:44
바네사 빠라디가 예쁘긴 하지만 그 남학생 참....;; 그렇게 사진 구할 데가 없었던 걸까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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