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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17일
관련글 : 한글 티셔츠를 위한 제안 by whisa
지난 달 말 경에 euphemia(이하 삐)님이 서울에 잠시 올라와서 테네브레 합숙훈련-.-;을 장장 일주일에 걸쳐서 자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글루스에 접속했다가 이오공감에서 문제의 저 글을 보고 만 것이다. 뒷북이지만 whisa님, 디자인 하신 한글 티셔츠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길 수 없다면 피해라'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마치 제 친구네 집의 '되면 한다'라는 가훈과도 비슷한 간지가...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본문 중의 다음 대목이었다. 외국인들은 서체는 고딕체나 굴림체를 좋아하고 받침이 있는 단어가 멋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가장 멋있어 보이는 단어가 '육개장'이라는 설문도 있었다고...) 육개장... 육개장... 뭐? 진짜냐? 왜지? 대체 어째서 육개장이란 말인가. 한국어와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우리에게는 도저히 짐작도 가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그 설문 조사를. 원래 우리가 노는 데 목숨 거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쓸 데 없는 일일수록 집중력과 행동력이 올라간다. 프로젝트의 타이틀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글 단어 시각적 선호도 조사 Survey of Visual Preference for Korean Character Alignment for Non-Korean Literate Aliens 줄여서 '프로젝트 육개장' 되겠다. 영어 제목은 폴횽이 아는 양인이 붙여줬다. 다음은 삐횽과 내가 뽑은 한글 단어들이다. ![]() 글자수는 세 글자와 네 글자 짜리로, 일반 명사와 고유명사, 받침의 배치, 의미 유무, 반복 유무 등을 고려해서 배치해 보았다. 열 개의 단어를 각각 궁서체와 고딕체로 뽑아서 총 스무 개의 항목이다. 설문 대상자들에게는 스무 개 중 선호 단어(뜻이 없는 것도 있으니 정확히는 단어라기 보다는 글자의 조합이라 해야 옳겠다)를 하나만 고르라고 하였다. 질문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한글을 읽을 수 있는가? (읽을 수 있는 자는 설문에서 제외함) 2. 시각적으로 선호하는 단어는 다음 중 무엇인가? 3.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상의 질문을 (추가적으로 출신 국가) 서울 시내에서 만난 100명의 외국인에게 물었다. 질문 장소는 지하철과 종로, 강남 교봇, 이태원이었다. 70% 이상의 설문을 이태원에서 하루에 다 하였다. 처음 열 개 정도는 삐횽과 함께 했고 삐횽이 대구로 내려가는 바람에 그 뒤로는 나 혼자서, 혹은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했는데 응답자의 대부분은 매우 친절했으며 '한글을 안다'는 이유로 제외된 사람은 5명 정도, 설문을 거부한 사람은 5명 이상 10명 이하 정도였다. (바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으나 상업적인 용도로 오해한 사람이나 '혹시 종교적인 질문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짬빱이 꽤 되는 사람인 것 같다.) ![]() 어쨌거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궁서체 광진구 8표 2. 고딕체 광진구 6표 3. 궁서체 이글루스 3표 4. 고딕체 이글루스 4표 5. 궁서체 테네브레 5표 6. 고딕체 테네브레 7표 7. 궁서체 육개장 9표 8. 고딕체 육개장 7표 9. 궁서체 황제펭귄 6표 10. 고딕체 황제펭귄 5표 11. 궁서체 찌질찌질 2표 12. 고딕체 찌질찌질 4표 13. 궁서체 하희라 7표 14. 고딕체 하희라 7표 15. 궁서체 충무김밥 2표 16. 고딕체 충무김밥 0표 17. 궁서체 뤲궯갌궧 9표 18. 고딕체 뤲궯갌궧 4표 19. 궁서체 빌게이츠 2표 20. 고딕체 빌게이츠 3표 폰트의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순서는 1위 궁서체 육개장, 궁서체 뤲궯갌궧 3위 궁서체 광진구 4위 고딕체 테네브레, 고딕체 육개장, 궁서체 하희라, 고딕체 하희라 8위 고딕체 광진구, 궁서체 황제펭귄 10위 궁서체 테네브레, 고딕체 황제펭귄 12위 고딕체 이글루스, 고딕체 찌질찌질, 고딕체 뤲궯갌궧 15위 궁서체 이글루스, 고딕체 빌게이츠 17위 궁서체 찌질찌질, 궁서체 충무김밥, 궁서체 빌게이츠 20위 고딕체 충무김밥 이며 폰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어(혹은 글자의 조합)으로만 본다면 1위 육개장 2위 광진구, 하희라 4위 뤲궯갌궧 5위 테네브레 6위 황제펭귄 7위 이글루스 8위 찌질찌질 9위 빌게이츠 10위 충무김밥 폰트만을 보자면 궁서체가 53표, 고딕체가 47표의 근소한 차이였다. 결론: 정말로 육개장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단어였던 것이다. ![]() intermission 조사를 시작했을 때 처음 세 명의 응답자 중에 두 명이 '육개장'을 선택했을 때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사실 1위인 육개장은 2위인 광진구, 하희라와는 단 두 표 차이였으며 100명이라는 숫자는 무언가 의미있는 통계를 내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육개장'을 택한 사람들의 반응이 미묘하게 열광적이었던 점은 기분탓인 걸까. 어쨌든 육개장을 택한 사람들이 말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학적으로 즐거워서 균형과 대칭, 시각적으로 즐거움 7(혹은 8)이 내 행운의 숫자라서 (랜덤으로 찍었다거나 좋아하는 숫자를 말한 사람이 많이 있었다) 짧고 예쁘게 생겨서 , 재미있게 생겨서 단순하고 매끄럽게 생겨서 문신처럼 보여서 (whisa님 포스팅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걱정까지는 들지 않았을 텐데 부디 '육개장'이라고 새기지는 말길 바란다) 이유 없음 기타 다른 단어들을 택한 사람들이 말한 이유는 아래 첨부한 설문지의 스캔본을 봐주길 바란다. 국가와 번호는 내가 쓰고 이유는 대부분 응답자가 직접 써 주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이유들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 캐나다에서 온 남성 : 고딕체 광진구 - 글씨가 두껍고 아름답고 내 마누라가 날 떠나서. 초저녁부터 술에 얼근하게 취한 독특한 수염의 사나이였다. 유감이다. 미국에서 온 남성 : 고딕체 하희라 - 단어 모양이 '송해교'를 닮아서. 학생으로 보이는 동양계 미국인이었는데 설문을 보자마자 '이 중에 송해교가 있냐?'고 물었다. 하희라와 송해교라... 부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송해교를 만나길 바란다. 다투자 영국에서 온 남성 : 궁서체 뤲궯갌궧 이 설문 최고의 악필. 아직도 맨 아랫줄의 글자가 뭔지 모르겠다. 읽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옆에 앉아 있던 까칠한 한국인 여자친구에게 쫓겨났다 -.-; 다른 영어권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모르겠다고 했고 한 명이 fontography 가 아니겠느냐고 했지만 즉석에서 전자사전을 찾아보더니 그런 단어는 없다고. (후에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있는 단어였음)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라면 이태원에 갔던 날 데리고 갔던 친구는 딱히 잘 생겼달 건 없지만 피부 깨끗하고 좀 동안이고 해서 예쁘장하다는 소리를 듣는 남자애였는데, 바이킹스러운 외모의 거구의 미국남자에게 설문을 하며 "Which one is most attractive to look at to you?"하고 묻자 친구를 끌어안으며 "YOU are attractive to me."라고 대답했다. 미안하다, 친구야. 그럼 설문지를 첨부하며 삐횽과의 공동주최 '프로젝트 육개장'의 보고를 마친다. 이 조사는 흥이 나면 계속해볼까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혹시 주변에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한번쯤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설문에 응해준 모두에게 감사한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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