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영혼을 흔들어 놓았던 한 장의 사진

어렸을 때 집에 도서출판 영에서 나온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이라는 도판이 굉장히 많은 일본 전집의 중역본이 있었는데 이걸로 디킨즈의 '두 도시 이야기'를 처음 읽었다. 이 책 이야기는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지만 아무튼. 저 전집은 집에 일부만 있었는데(옛날엔 참 희한한 전집도 많았다) 발자크의 사촌 베뜨는 '종매 베트'라는 제목이어서 지금 생각해도 좀 압박스럽긴 했다. 이 두 도시 이야기에는 여러 판본의 삽화들과, 디킨즈 박물관의 사진들, CBS-TV에서 제작했던 미니시리즈의 스틸 사진 등이 잔뜩 들어 있는 볼 거리도 많고 흥미진진했는데 그 중에서도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줬던 사진은



음...
좀 머리가 굵어진 다음에 봤더라면 '세상에는 여러가지 인생이 있는 거겠지'하고 넘어갔겠지만 이걸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참...

겨울이 깊어 디킨즈 주간을 좀 가져보려고 추억;;이 많이 서린 이 책을 잠시 펼쳐들었으나 구성 및 폰트의 압박으로 접어두고 구텐베르그 프로젝트에 올라온 디킨즈의 모든 저서를 킨들에 꾸역꾸역 담는 것으로 일단 만족했다. 내가 생각해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니깐.

며칠 전에 트위터에서도 한 얘기지만, 디킨즈는 한국인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은 작가인데-대하적이고 교훈적이고 무지막지하게 기니까-이상할 정도로 제대로 나온 책이 별로 없다. 아동용이나 편역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몇 작품에 편중되어 있음. 전집 좀 나와줘도 좋지 않을까.

역시나 저 책에서 처음 본, 로버트 윌리엄 버스의 유명한 그림 '디킨즈의 꿈'

클릭하면 커지니까 디킨즈 좋아하는 분들은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혼자 퀴즈라도 하며 놀면 좋을 듯.

오 휴머니티

외출하기 직전, 열쇠를 찾지 못해 집에서 나서는 게 하염 없이 늦어질 때가 자주 있다. 분명 집에 들어올 때 열쇠로 따고 들어왔으니 집 안 어딘가에 열쇠가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데 어째서 늘 이러는 건지. 그럼 언제나 같은 장소에 열쇠를 두면 되지 않느냐 하면 거기에는 또 필설로 다 못 할 바다보다 약간 얕은 사정이...

아무튼간에, 약속 시간에 늦는다거나 하는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이 행위에는 말 못할(그러면서 블로그에는 이렇게 나불나불 쓰고 있는) 내적 괴로움이 또 있는데 그것은... 뭐라고 해야 되나...... '나는 오늘도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 끊임 없이 헤매고 있다'는 단순한 기술이 어떤...... 은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지나 않을까 하는 오싹한 두려움이다. 평소의 나는 결코 은유적인 인간이 아니다. 더군다나 저런 타성적인 은유는, 그런 오해를 사느니 차라리 혼자 휘성 콘서트에라도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싫어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저런 생각을 누구에게 들킬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대체 누구한테 자아탐구에 대한 은유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까봐 마음 졸이는 건가. 나 자신이 아닌가. 아아, 비참하다. 수치스럽다.

그래서 ㅃ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너는 혼자 무심결에 떠올려버린 한심한 생각을 스스로에게 들킬까봐 무서울 때가 없느냐고. 그랬더니 벌컥 화를 내면서 한다는 소리가
"내가 왜 일기를 안 쓴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한테 거짓말하다가 지겨워서 그래!"
역시 그랬구나. 다행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안심이다. 라는 식으로 위안이 될 리가 없다. 그냥 똑같은 것들끼리 어울려 놀고 있을 뿐이다.

이상이 내가 최근 가장 깊이 했던 철학적 성찰이다. 인간이란 게 밥 잘 먹고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철학 같은 것을 만들어냈는지 참 기가 막힌다.

짝퉁 맥북에어, 짝퉁 아이패드

왠지 뭔가의 짝퉁을 만드는 것에 매진하는 블로그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도 듭니다만(유니크로 짝퉁, 티파니 짝퉁...) 짝퉁 맥북에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냥 아이패드 + 블루투쓰 키보드일 뿐... 이걸 짝퉁 맥북에어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가...

사과의 각도가 이상해...
문득 장문의 글을 좀 써보고 싶어서 키보드를 구입했는데, 어떻게 될런지.

키보드 뒷면이 허전해서 붙여봤는데... 더 허전해졌어-.-;

맛 없는 커피 너나 쳐먹어라.

이건 칭구 주려고 만든 거지만 짝퉁 아이패드-.-;

스마트 커버 섬세하게 접히는 거 보이시나요.

어우...

다 나와


해피 뉴 이어.

전통에 따라 올해도 첫 게시물은 유령색출이 되겠다. 오랜만에 반말 이벤트도 겸한다. 그 동안 부끄러워서 혹은 이런 거랑 말 섞기 싫어서 눈팅만 하고 있던 유령들 이 참에 인사나 하자. 산 자들도 덕담, 고백, 쌓인 말, 빚독촉, 결투신청, 궁금한 점 등등이 있으면 해도 좋다. 반말로.

운영자 근영


나의 정수를 담고 있는 사진이라는데...

변명하자면(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지만), 셔츠는 스웨터 안에 받쳐입은 것이고 바지는 잠옷바지이며 코트 역시 안감일 뿐 겉은 평범한 감색입니다. 즉 저는 절대로 저런 몰골로 저잣거리를 나다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곤 해도 어째서 이런 굴욕적인 설정의 사진을 찍혀야 한단 말인가. 하일랜드 출신에게 진정 인권이란 없단 말인가. 애초에 저런 커튼이며 쿠션으로 집을 꾸며놓은 게 누군데.

아무튼 그러한 비분에 찬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운영자올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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